디자인과 사진 생각

디자인이 미래로 향할 때 사진은 과거로 향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세상의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 그것이 개선될 미래를 꿈꾸는 것이 디자인이라면

세상의 현재를 붙들어보려고 하는 한편,

붙들었다고 생각하는 세상은 어느 덧 과거가 되어 있는 모양새를 가진 것이 사진이다.

어떤 디자인이 나름의 논리정연한 구조와 외관을 가졌다고 할 때

그것은 그것의 미래지향성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과거의 관습과의 다툼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어떨까?

어떤 사진이든 10년만 지나면 어떤 정조가 생긴다고 하는 것은

사진이 어떤 유물처럼 과거에 대한 증명의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디자인이 미래를 계획할 때 사진은 과거에 대한 향수에 시달린다.


사진을 어떻게 잘라서(크롭)해서 어느 그리드에 위치시킬 것이냐는

디자인 특유의 합리성에 기초해서 작업이 진행된다.

인간의 보편적인 시선의 방향과 순서, 국가나 민족의 통계학적 특성, 해부학에 기초를 둔 인간 행동에 관한 연구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논리적 구조들을 통과해서 비로소 하나의 디자인이 탄생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사진이 잘리기 원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본 세상이 세상의 어떤 시스템 안에서는 논리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잘린 사진 귀퉁이 어딘가에는 자신이 본 세상의 현재와

찍혀지는 순간 과거로 변한 현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잘린 사진도 '정조적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자를 때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것은 사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상업적이든 사진은 언어화될 수 있는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진가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진가들은 사진이 언어화될 수 없는 것을 '찍어낸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해석하거나 하나의 메세지로 고착시키는데 거부감을 보인다.

사진이 잘리기를 거부할 때 디자인은 그것을 고집불통 아이의 이유없는 반항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이것은 유감스럽고도 답답한 단절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과 사진은 어떤 것의 표면을 다룬다고 여겨지지만

좋은 디자인이나 사진은 그것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고 말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디자인도 아름답고 사진도 그러하다.

다만 디자인과 사진의 내면의 구조는

기름과 물처럼 섞일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같다.

서로 이해하기를 원하며 이해받기를 바라는 묘한 길항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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