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책 생각
2010.07.06 02:57 Edit
아름다운 미술관이 거의 다 지어졌다.
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이 미술관은
복잡한 세사를 피해 자연속에
편안히 누워있는 모습이다.
미술관 한쪽에는 작은 카페가 있다
그 카페에 난 창으로 정원이 보일 것이다.
인간은 인간의 관점으로 미추를 구분해서 식물을 선택해 정원을 구성한다.
그렇지만 이 정원은 인공적이라기 보다
'신의 창조물'들이 자신의 생을 찬미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책'은 미술관의 중심에 놓여있는 개념이다.
좀 더 정확히는 미술관은 책과 서로 대구(diptych)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미술관의 재단이 출판사업을 하고 있는
단순한 사실에 바탕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공간은 입체이면서도 평면이고,
책의 공간은 평면이면서도 입체이다.
미술관과 책은 인간이 했던 아름다운 생각들을
서로가 서로의 공간 개념을 포함하고 대립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펼쳐내는 것이다.
만약 머릿속에 이런 구도가 그려진다면,
100년 된 종이의 색을 가정해 외벽을 도색한,
첫번째 전시로 '프레스'라는 주제를 선택한,
미술관의 스탭이 출판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어떤 그림처럼
명확히 머리속에 선명하게 정리될 것이다.
고로
이 모든 그림의 완결은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객에 달려있다.
나는 이 미술관에서 혹은 카페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혹은 책을 읽고나서 명상에 잠기길 바란다.
어떤 미술관이 아름답다고 했을 때,
그 미술관이 비싼 건축자재로 지어졌다거나
파사드에 배치된 색이 조화를 이루어서가 아니다.
미술관의 건축적 디테일은
미술관 깃드는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유도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생각들은 미술관에 놓여있는 작품속에
혹은 아름다운 생각들이 적혀있는 책 속에 있었다.
억겁의 세월동안 여러세대를 통해서 전승된 아름다운 생각들이
미술관과 책 속에 있다는 것을
현대인들은 잊어버리거나,
그것을 알고도 더 자극적인 감각의 세계로 몸을 돌리곤 한다.
이 모든 현실을 내려다보며
생을 찬미하는 식물들의 고요한 노래속에서
미술관은 생각에 잠긴채 누워있다.
이곳에 사람들이 깃들어
그들이 아름다운 생각을 보고 읽으며
그것들이 그들의 몸안에 깃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