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생각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인터뷰이의 말을 스피커로 들으면서 그것을 일일이 타이핑할 때는

그 일의 소모성에 괴로웠지만 어떤 진실을 써내려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그 스크립트를 인터뷰이의 요구대로 편집하고 나니

그럴싸한 인터뷰 기사처럼 되기는 했지만

어떤 진실이 다시 어둠 속으로 묻혀버린 듯 하다.

내가 당신을 알고 싶고, 당신이 나에게 자신을 알려주던 순간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자리에서

결국 우리가 서로 원했던 것은 이렇게 말끔한 기사가 아니었냐고 기사는 말하는 듯하다.


세상은 비밀에 가득 차있다.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발견할 때

나같은 사람들은 열정을 가지게 되고 일의 소명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간직하고 싶었던 비밀을 벗기는 순간

비밀이 드러내놓은 사람이 가질 상처를 나는 또 기억해야한다.

그러기에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겪은 진실의 순간들은

사람들에게 더이상 공유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거짓말을 하는 인터뷰이를 만나면

기사가 더 좋아지거나 겉으로는 좋아보인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행간 속에 나타낸다.

이 비밀은 말 그대로 비밀처럼 행과 행 사이에 있다.

그래서 거짓말을 잘 하는 인터뷰이와의 대화는

단어의 의미보다 위치가 더 중요하다.


하여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세설은

거짓말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거짓말과 거짓말 사이엔 비밀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는 것처럼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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